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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시 문학14

꽉찬이 텅빈이 꽉찬이 텅빈이, 크리스티나 벨레모 글, 리우나 비라르디 그림, 이마주. 꽉찬이와 텅빈이가 대화를 나눈다. 서로는 색깔, 모습, 장단점이 정반대이다. 꽉차서 모든 걸 가져서 절대 외롭지 않다는 꽉찬이 텅비어서 더 이상 잃을게 없고 언제나 자유롭다는 텅빈이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자 꽉차서 몸이 찌뿌둥하고 텅비어서 두렵다는 것을 알게된다.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방법을 몰랐던 둘은 자신의 조각을 서로에게 건넨다. "꽉찬이는 텅빈이의 조각을 모자처럼 머리에 올려놓았어. 꽉찬이의 머릿속은 잠시 텅 비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지. 꽉찬이는 홀가분해졌어." "다음에는 그 조각을 가슴 안에 넣었어. 곧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고, 지나간 것을 향한 그리움 같은 낯선 감정들이 떠오르고, 아무 소리도 없는 .. 2023. 4. 23.
나무를 심은 사람 -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장 지오노 글, 프레데릭 백 그림, 두레아이들. 인간의 이기심과 경쟁심으로 폐허가 되고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는 한 도시에서 한 노인은 한 알의 도토리를 묵묵히 30년간 심으며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변화를 이끌어 낸다. 한 가지 일에 흔들림 없이 일생을 바쳐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보이지 않는 숱한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여긴 것, 가치 있는 것에 희망을 가지고 끝까지 행동해 나가는 모습에서 성숙하고 참된 어른이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 배우게 된다. 이 책은 아동 도서로 분류되어 있지만 양치기 노인이 소중한 가족을 잃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단순한 일상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발견하고 충실히 자기 일을 해내가며 자신만의 인생을 완성해나가는 모습은 어른들에게도 삶의 태도와 생.. 2023. 4. 22.
이성복 <봄> 이성복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https://youtu.be/DV-V-ftDNqQ 2023. 4. 20.
박완서 -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박완서 작가의 40여년의 활동 기간 발표한 산문 35편을 주제별로 선별해서 한 권으로 엮은 에세이집이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도 간결하지만 흡인력있는 문체를 읽어나가는데는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작가의 장편 소설을 읽기 전에 읽으면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을 기대하며. 박완서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자연(꽃, 달, 계절), 사람, 가족 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것들과 교감을 나누며 겉으로 보이지 않는 의미와 모순들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었다. 읽으면서 마치 담백하고 소박한 집밥을 먹는 것 같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낸 정성이 담겨 있다고 할까.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은 자전적인 이야기들은 부모님 연배의 삶의 모습과 감.. 2023.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