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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인문 철학

알랭 드 보통 '영혼의 미술관'

by 마음지킴이 2023. 9. 9.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 문학동네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사랑의 기초' 에서 사랑을 철학적으로 읽는 시각을 보여 주었던 알랭 드 보통의 또 다른 철학적인 글

 

알랭 드 보통은 영혼의 미술관에서 예술은 우리의 어떤 타고난 약점들, 몸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심리적 결함이라 할 수 있는 약점들을 보완해주는 도구라는 관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의 일곱 개의 심리적 취약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예술의 기능에 대해 디자인, 건축, 공예, 회화를 포함한 예술작품을 선별해서 작가 특유의 통찰력으로 제시한다.

 

그가 제시한 일곱 가지 예술의 기능 중 균형 회복, 자기 이해, 성장 부분에서 되새겨볼 만한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낯설게 느껴지는 예술이 일상에서 우리를 어떻게 일깨우고 치유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예술이 영혼을 어떻게 치유하는가?

 

<방법론>

p27

균형 회복

균형이 완벽하게 잘 잡힌 사람은 드물다. 우리의 심리적 변천사, 인간관계, 일상적인 노동은 우리의 감정이 어느 한 방향으로 심하게 기울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우리는 너무 자족하거나 너무 불안정하거나, 너무 신뢰하거나 너무 의심하거나, 너무 진지하거나 너무 명랑한 상태에 쉽게 빠진다. 예술은 우리가 잃어버린 성향을 농축된 형태로 내놓아, 우리의 기울어진 자아의 적당한 균형을 회복시켜준다.

 

우리가 과도한 긴장, 자극, 산만함으로 고통받는 생활방식에 매몰되어 있다고 상상해보라.

... 일단 평일 근무가 시작되면 어떤 것도 되돌아볼 시간이 없다. 그러나 저녁에 우리는 이따금 시카고 교외에 있는 완벽하게 균형잡힌, 잘 정돈된 원룸식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널찍한 창밖으로 참나무와 짙어가는 어둠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평소 우리를 교묘히 피해 다니던 보다 신중하고 고독한 자아와 만날 기회를 갖게 된다.

 

p30

우리는 자신의 내적인 나약함을 보완해줌으로써 우리를 생존의 평균치로 되돌려놓는 예술작품을 갈망한다. 어떤 작품이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를 채워줄 때 우리는 아름답다고 말하고, 우리를 위협하거나 사전에 압도해버리는 느낌의 분위기나 모티프를 강요하는 작품은 추하다고 일축해버린다.

 
 

p32

취향 뒤에서 작동하는 심리적 기제를 이해한다고 해서 반드시 우리의 미적 감각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그 기제를 이해하면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단순히 얕보고 비방하는 행동을 멈출 수 있다. 우리는 사람들이 어떤 대상을 아름답다고 여길 때 사람들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바로 물을 줄 알아야 하고, 그럴 때 그들의 선택에 대해 개인적으로 열광할 수는 없더라도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p38

예술은 이미 충분하다고 섣불리 추정해서는 안 되는 균형과 선함을 시의적절하게, 본능적으로 깨닫게 해줌으로써 우리의 시간을, 삶을 구원한다.

 

자기이해

 

p39

우리는 자기 자신을 투명하게 알지 못한다. 우리에겐 직관, 의혹, 육감, 모호한 공상, 이상하게 뒤섞인 감정이 있으며, 이 모두는 단순명료한 판단을 방해한다. 여러 기분을 느끼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다가 이따금 예전에 느꼈지만 명확히 알지 못했던 어떤 것을 정확히 파악한 듯 보이는 예술작품들과 우연히 마주친다.

 

우리가 자주 생각하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표현한 적이 없는, 다시 말해 나 자신의 생각, 나 자신의 경험이면서도 쉽사리 사라지고,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을 붙잡아 예전보다 더 좋게 다듬어 나에게 돌려줄 때, 결국 우리는 스스로를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고 느낀다.

 

p40

인성 그리고 마음과 성격의 특질을 사람뿐 아니라 사물, 풍경, 항아리, 상자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은 낯설고 기이하다. 만일 이 생각이 약간 엉뚱하게 느껴진다면, 이는 대체로 울가 인간의 특성을 시각의 영역에 놓고 생각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사물과 동류의식을 느낄 때, 이는 그 사물이 지녔다고 느껴지는 가치가 우리의 마음 속에 있을 때보다 그 사물에게 있을 때 더 분명히 보이기 때문이다.

 

p43

우리는 아트 오브제들을 단지 좋아하기만 하지 않는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의 경우 우리는 그것들과 약간 닮아 있다. 그런 오브제들은 자기 자신을 알게 하고, 타인에게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더 많이 알릴 수 있게 하는 매개체다.

 

성장

p44

예술 장르에 대한 적대감은 대단히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싹틀 수 있다. 그런 부정적 순간, 특히 어린 시절에 겪는 그런 순간은 삶의 균형을 깨뜨리고 궁극적으로 삶을 부당하게 오혐시킬 위험이 있다. 게대가 그런 경험은 우리 내면의 다양한 방어적 행동을 촉발하는 버릇이 있어 오염의 범위를 확장한다.

 

p45

과민한 방어 체계는 궁핍함을 낳는다. 다시 말해, 본질적으로 특수한 문제들을 계속 일반화하면 삶의 발전을 꾀할 수 없다. 위협을 지나치게 빨리 지각할 때, 폭발성을 지는 과거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 그 기억을 어렴풋이 건드리는 모든 것에 공격성을 드러낼 때, 우리는 쇠약해진다. 우리는 강력하고도 잘못된 감정의 논리를 사용한다.

 

예술에 대한 방어적 태도를 극복하는 중요한 첫 단계는 특정한 상황에서 느끼는 이상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때문에 자기 자신을 미워할 필요는 없다.

 

p49

어떻게 하면 종교적인 작품을 보고도 움찔하지 않을까?

방어적 태도를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그렇지 못한 현실에 날카롭게 주목하고, 어떤 것들에 강한 부정적 견해를 품게 되는 것이 매우 정상적이라는 것을 너그럽게 깨닫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예술작품들을 창조한 사람들의 외견상 이질적인 사고방식을 보다 편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다.

 

방어적인 태도를 해소하는 세 번째 단계는, 처음에는 아무리 미약하고 보잘 것 없더라도 예술가와 자신의 사고방식에서 연결점을 찾는 것이다. 그들의 작품은 아주 괴상해 보일 수 있지만, 그들의 야망에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충분히 탐색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p52

잠재적으로 위협을 느끼는 대상 앞에서 어떻게 나 자신을 견고하게 유지할지 깨달을 때 우리는 성장한다. 성숙함은 대처 능력을 소유한 상태로, 예전 같으면 우리의 발목을 잡아 비틀거리게 했을 대상을 가볍게 건너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보다 알차고 충격에 강해져, 있는 그대로의 상황과 어우리지는 능력이 높아진다.

 

우리의 틀에 박힌 일상은 대체로 우리 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일깨우지 않으며, 예술계가 찌르고 치근대고 좋은 의미로 도발할 때까지 내처 겨울잠을 잔다. 이질적인 예술 덕분에 나는 내 안의 종교적 충동, 내 상상력이 허락하는 한에서의 귀족적인 면, 통과의례를 경험해보고픈 욕구를 발견할 수 있으며, 그런 발견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의식을 확장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모든 장소, 모든 시대에 우리 앞에 진열되어 있진 않다. 이질적인 것과의 연결점을 발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성장할 수 있다.

 
 

평범한 날의 책 한 권 | 밴드 (band.us)

 

평범한 날의 책 한 권 | 밴드

*한 달에 한 권 책이라는 세계로 떠나는 여행 *바쁘고 고단한 일상에 지친 나를 돌아보고 나와 타인, 삶을 이끄는 것들을 알아가고 나누는 시간 함께 해요 *다양한 책을 꾸준히 읽고 소통하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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