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 조던 스콧 글, 시드니 스미스 그림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
아빠와 단둘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하지만 발표 시간이 자꾸만 떠올라요
그 많은 눈이
내 입술이 뒤틀리고 일그러지는 걸
지켜보았어요
그 많은 입이
키득거리며
나를 비웃었어요
배 속에 폭풍이 일어난 것 같아요
두 눈에 빗물이 가득 차올라요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물거품이 일고
소용돌이치고
굽이치다가
부딪쳐요
아빠는 말했어요
내가 강물처럼 말한다고
나는 울고 싶을 때마다 이 말을 떠올려요
그러면 울음을 삼킬 수 있거든요
나는 강물처럼 말한다
나를 둘러싼 낱말들을 말하기 어려울 때면
그 당당한 강물을 생각해요
한 편의 시 같은 글과 그림이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한다.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내 안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과하게 애쓰는 모습과
그런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숨어 있고 싶은 마음도 느껴진다.
아버지가 함께 아이의 슬픔을 견뎌주며 강물의 이미지와 그 언어를 알려준다.
유유히 흐르는 당당한 강물도 강 어귀에 때론 소용돌이 치고 부딪쳐가면서
끊임없이 흘러 평온하고 눈부신 순간을 가지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아름다운 그림과 글을 읽고나니 나 보다 더 큰 자연이 내어주는 한 켠에서
조용하게 위로받고 나의 길을 다시 걸어갈 힘을 얻는다.
자신들처럼 말하지 않는다고 무시하고 누군가와는 다른 것에 관심이 없을지라도
"나도 강물처럼 말하고 흘러가요" "그게 나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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