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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시 문학

벌 - 나태주

by 마음지킴이 2023. 5. 10.

벌, 나태주

 

글씨를 쓰거나 젓가락질할 때마다

오른쪽 엄지손가락

관절 관절이 아프다

성가시고 괴롭다

때로는 잠자리에 누워서까지

아프다

 

그러게 내가 뭐라 했더냐

그 손가락과 손목 적당히

써먹으라 하지 않았더냐

글씨를 너무 많이 쓰고

컴퓨터 타자기 너무 오래 두드리고

호미질도 요즘엔 너무 많이 한 게야

 

육체가 나에게 벌을 내린다

얘야 너에겐 몸이란 것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라

아프고도 성가신 일이지만

한편으론 고마운 일이다

 

 

몸의 어딘가가 아팠을 때 내 몸을 자각한다.

거기서 애쓰고 있는 내 몸이 있었다는 것을.

관심을 주지 않아도 이제 견딜만큼 견뎠으니 더 이상 혹사시키지 말고 잘 돌봐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몸의 통증도 잘 들어보면 심각한 손상이나 병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고마운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