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 나태주
글씨를 쓰거나 젓가락질할 때마다
오른쪽 엄지손가락
관절 관절이 아프다
성가시고 괴롭다
때로는 잠자리에 누워서까지
아프다
그러게 내가 뭐라 했더냐
그 손가락과 손목 적당히
써먹으라 하지 않았더냐
글씨를 너무 많이 쓰고
컴퓨터 타자기 너무 오래 두드리고
호미질도 요즘엔 너무 많이 한 게야
육체가 나에게 벌을 내린다
얘야 너에겐 몸이란 것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라
아프고도 성가신 일이지만
한편으론 고마운 일이다
몸의 어딘가가 아팠을 때 내 몸을 자각한다.
거기서 애쓰고 있는 내 몸이 있었다는 것을.
관심을 주지 않아도 이제 견딜만큼 견뎠으니 더 이상 혹사시키지 말고 잘 돌봐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몸의 통증도 잘 들어보면 심각한 손상이나 병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고마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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