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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모임 후기

장미의 이름은 장미 독서모임

by 마음지킴이 2023. 5. 29.

왜 뉴욕이라는 도시를 소설의 배경으로 했을지 궁금했는데 은희경 작가가 작품활동을 중단하고 뉴욕 유학을 떠난 경험이 있었다는 것을 모임이 참여한 한 분이 알려주셨다. 

소설 속에 나오는 뉴욕 이미지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고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있는 화려하고 자유로운 도시다하지만 좋은 성적으로 유학생활을 어렵게 마쳤지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직장을 얻기도 어려웠던 민영과 친절하지만 그렇다고 사랑하지는 않는 그의 남자친구를 보면서 자유롭고 친절한 매너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편견이 있고 쉽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않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주는 곳이 뉴욕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4편의 주인공들이 뉴욕에 오게 된 이유를 보면 보통 휴가를 보내거나 낭만적인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특별히 뉴욕이라는 여행지를 동경하고 가보고 싶었다기 보다는 불만스러운 일상에서 도망치듯이 떠나왔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체감하기도 했다.

반복되는 무기력함에서 탈출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떠나오기 전에 자신을 가두었던 틀에 다시 돌아가 어쩔 수 없이 같은 모습을 반복하는 승아, 수진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낯선 곳에서도 여전히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거나 경계를 침범하기도 하고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오해를 사거나 소극적으로 행동해서 원래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자기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모순된 자기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과연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할지 어떻게 그런 자신을 보듬으며 타인과 소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누군가의 왜곡된 히스토리는 장밋빛으로 빛나듯이 우리들에게는 왜곡된 히스토리가 있고 그런 히스토리를 그 사람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런 왜곡된 히스토리를 깨트리지 않고 끌고 나가는 사람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까.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나 역할을 빼면 우리는 누구일까하는 질문을 한 분이 해주셨다. 진정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도 그 사람의 어떤 부분만을 보고 오해하는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비수 같은 이야기에 한참 머물러 보기도 했다.

 

장미의 이름이 장미이듯이 당신의 이름은 당신이기에 나와 다른 타인의 다름을 인정했을 때 서로가 이해받기를 갈망하지만 누구도 이해받지 못하고 소외되기 보다는 조금은 집착을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나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빛깔과 모양을 가진 장미가 있지만 그 향기로 장미임을 인식하듯이 한 사람에게도 여러 다른 성격과 모습이 존재하지만 그 사람만의 향기가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더욱 분명하게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어떤 향기를 지니고 있고 타인에게 어떤 향기로 인식될 수 있을까. 

 

앞서 주인공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 사람은 아가씨 유정도 하지의 중년의 소설가 어머니였는데 우리가 보통 아는 어머니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가족과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자기 삶이 없는 그런 모습과는 정반대로, 옛날 이야기를 하며 한을 풀기보다는 늦은 나이에도 컴퓨터와 운전을 배우고 젊은 시절의 추억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었다

타인이 기대하는 어머니라는 역할에 매이기 보다는 유정이라는 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나이들어 가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며 지금부터 해보고 싶거나 도전하고 싶은 것을 나누어 보았다. 참여자들의 버킷리스트는 혼자 살아보기, 새로운 음식 먹어보기, 혼자 여행하기, 영어 공부, 프랑스어 배우기 등.

 

여행한다는 것이 죽음의 예행연습이라는 어머니의 말을 한참 음미해본다.

익숙한 곳에서 떠나 더 이상 일상을 누리지는 못하는 낯선 곳으로 떠나고 먼 곳으로 떠나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 연습.

사랑, 집착, 후회, 욕망, 육신을 모두 내려놓고 자유로워지는 연습을 하다보면 가장 남기고 싶은 한 가지 기억만을 품고 자유롭고 가볍게 떠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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