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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시 문학

식사법 -김경미

by 마음지킴이 2023. 6. 14.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 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 것마저 다 낭비해버리고픈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 을

잘 넘길 것

 

<쉬잇, 나의 세컨드는> (문학동네, 2001)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정재찬.

 

매일 나의 영혼에 밥을 먹을 때 이런 식사법으로 한다면

영혼이 허기지거나 배탈이 덜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