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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시 문학

꽉찬이 텅빈이

by 마음지킴이 2023. 4. 23.

꽉찬이 텅빈이, 크리스티나 벨레모 글, 리우나 비라르디 그림, 이마주.

 

꽉찬이와 텅빈이가 대화를 나눈다. 서로는 색깔, 모습, 장단점이 정반대이다.

꽉차서 모든 걸 가져서 절대 외롭지 않다는 꽉찬이

텅비어서 더 이상 잃을게 없고 언제나 자유롭다는 텅빈이

조금 더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자 꽉차서 몸이 찌뿌둥하고 텅비어서 두렵다는 것을 알게된다.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방법을 몰랐던 둘은 자신의 조각을 서로에게 건넨다.

 

"꽉찬이는 텅빈이의 조각을 모자처럼 머리에 올려놓았어. 꽉찬이의 머릿속은 잠시 텅 비어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지

꽉찬이는 홀가분해졌어."

 

"다음에는 그 조각을 가슴 안에 넣었어.

곧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고,

지나간 것을 향한 그리움 같은

낯선 감정들이 떠오르고,

아무 소리도 없는 텅 빈 방이 생겨났어."

 

"텅빈이는  

그 조각을 가슴 안에 넣었어.

따뜻한 손이 들어 있는 장갑 같은,

온갖 소리로 꽉 찬 방 같은,

전에 결코 느끼지 못한 것을

난생처음 느끼게 되었지.

 

무엇인가 꽉 차게 될 줄

나는 생각해 본 적도 없어.”

텅빈이가 말했지.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내 안에 꽉찬이와 텅빈이가 떠올랐다. 어느 순간에는 꽉찬이로 때로는 텅빈이로 있었던 마음들.
무언가 바쁘게 많은 것들을 배우고 채우며 든든해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몸이 지치고 나와 다른 것들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는 상태
그리고 마음을 비우고 한가롭게 지낼 때 느껴지는 불안감이나 두려움
어느 한 쪽만으로는 완전히 편안하지 않았다.
내 안의 무엇을 채우는 것과 동시에 비울 수 있는 것은 참 어렵고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두 친구가 마지막에 헤어질 때
이제는 서로의 한 부분인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 달라고 부탁한 것처럼
나도 내 안의 채움과 비움이 필요한 순간을 알아차리고
내 안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반대의 모습으로 채워나갈 때  
내면의 평화를 찾아 더욱 너그러워지고
나와 다른 사람들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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