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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인문 철학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by 마음지킴이 2023. 5. 4.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신시아 라일런트 글, 캐드린 브라운 그림, 보물창고.

 

할머니는 친구가 하나도 없는 외로운 노인이 되는게 싫었어요.

다정하게 이름을 부를 친구가 없다는 것도 싫었고요.

 

그래서 할머니는 이름 짓기를 시작했지요.

하지만 할머니는 자기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들에게만 이름을 지어 주었어요.

할머니는 자가용에게 베치, 의자에게 프레드, 침대에게 로잰느, 오래된 집에게는 프랭클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할머니는 그들보다 더 오래 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는 무척 행복했어요.

매일 할머니집을 찾아오는 갈색 강아지에게는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지요.

강아지와 보내는 시간이 즐겁고 기다려지기는 했지만 함께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강아지는 프랭클린이나 프레드, 베치나 로잰느처럼 오래오래 살지 못할 게 분명했어요.

할머니가 오히려 강아지보다 오래 살 것만 같았어요.

할머니는 친구들보다 더 오래 살아서 혼자 남겨진다는게 두렵고 싫었거든요.

 

어느 날 강아지가 찾아오지 않자 할머니는 어떻게 했을까요?

 

어떤 대상에게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그것을 내 안에 받아들인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그 대상에게 기쁨과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함과 상처를 주고받을 지도 모르는 위험도 껴안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그것으로 가는 과정이 어렵고 두려울 수도 있다.

할머니는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워서 매일 찾아오는 기쁨을 포기하려 했다.

그래서 겉으로는 걱정이 없고 행복해보였지만 강아지를 기다릴 때는 왠지 쓸쓸해보이고 지금 현재의 시간을 살기보다는 과거나 오지 않은 날들에 매여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것들을 걱정하느라 지금의 행복을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상처받는 것이 두렵고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워서 사랑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마음이 준비되기 전에 어떤 대상에게 너무 애써서 이름을 붙이지는 않더라도 두려움 너머에 있는 희망이나 행운을 놓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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