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덩! 완전한 휴식 속으로, 우지현, 위즈덤하우스
p40
여행은 기억으로부터
어떤 여행은 기억으로부터 완성딘다. 앙리 마티스에게는 그해 타히티 여행이 그랬다.
1930년, 마티스는 남태평양의 낙원으로 불리는 타히티섬으로 떠났다.
그 곳에 두 달간 머무르며 산호초 사이에서 수영하고 황홀한 풍경을 만끽하던 그는 10여년 뒤 그때의 기억을 토대로 <폴리네시아, 바다>를 만들었다.
p41
이 그림을 제작할 당시 그는 십이지장암 수술을 받고 병석에 누워 있었다.
그렇게 힘든 시기에도 행복했던 지난 여행을 떠올리며 자신만의 바다를 만든 그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
어쩌면 여행의 장점 중 하나가 그것이 아닌가 싶다.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것.
이토록 푸른 바다를 기억 속에 간직하고있다면, 왠만한 역경은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책 제목이 너무 강렬했다.
화가이자 작가인 저자의 시선으로 그림 속에서 휴식의 순간과 그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완전한 휴식이 있을까 싶었지만 역시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난 완전한 휴식은 삶이 주어지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 아닐까하는 결론에 달했다.
완전한 휴식을 꿈꾸기보다는 일상에서 벗어나 충분히 휴식을 누리고 재충전할 수 있다면 온전한 휴식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을 일상에서 불러왔을 때, 어느 힘든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면 최고의 선물이지 않을까.
우리의 기억은 그것을 경험했던 순간의 감정으로 덧입혀져 있다.
그래서 기억을 떠올리면 그 장면과 함께 행복하거나 슬픔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이 기억에 주로 어떤 감정을 채색하고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같은 순간을 경험했지만 서로 다른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이때문일 것이다. 행복했던 여행의 순간도 기억으로 완성된다는 작가의 글을 천천히 음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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